내가 본 디지털 노마드들의 모습


디지털노마드에 대한 환상보다는 제가 본 친구들에 대해 적었습니다.

작년 한 해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하면서 저는 19개의 나라에서 온 디지털 노마드들을 만났습니다. 미국, 러시아, 캐나다,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 인도네시아, 독일, 오스트리아, 태국, 필리핀, 일본, 영국, 스웨덴,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리투아니아, 터키, 스위스에서 외국인 친구들이 찾아왔습니다. 어제도 치앙마이에서 저희 공간을 추천받았다면서 비트코인 사업을 하는 외국인 친구가 갑작스럽게 방문했습니다. 근래에는 서울에 방문하고자 하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고 있습니다.(아래 지도는 2015년 저희 공간을 방문한 친구들의 나라들을 표시한 지도입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운영하다 보면 저희 코워커를 비롯하여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합니다. 더불어 디지털 노마들 생활을 하는 외국인 친구들을 만나다 보니 디지털 노마드라는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서 글을 적어봅니다. 아직 제가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사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옆에서 봤던 외국인들의 모습과 더불어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내용들을 공유합니다.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고민하고 계시는 분들께 참고되길 바랍니다.(저도 몇 년 뒤에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아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일이 먼저? 여행이 먼저?

제가 만나본 친구들은 일이 먼저입니다. 저희 공간에 방문하는 친구들은 하루에 일정 시간(8시간~10시간)을 의자에 꼬박 앉아서 일을 합니다. 자신의 일을 하던 중에 쉬는 시간에 저희 공간의 코워커들(한국인들)과 재미있게 수다를 떱니다. 이들 중 대다수가 리모트 워킹을 하거나 스타트업을 운영합니다. 리모트 워킹의 경우는 자신이 일한 시간을 정확히 잽니다. 심지어 의자에 앉는 순간부터 시간을 측정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에서 온 친구는 자신이 일하는 스타트업이 미국 보스턴에 있지만 실제 방문한 적은 없다고 합니다. 시간당 페이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자신에게는 정확한 시간 내에 자신의 업무를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한국이라는 전혀 모르는 장소, 새로운 곳에 왔지만 관광보다는 일을 우선으로 두고 있고 자신의 업무 스케줄을 조정하여 남는 시간에 서울을 둘러봤다고 합니다. 단지 장소만 러시아에서 한국으로 바뀌었고 24시간 돌아가는 것은 똑같으며 하루 24시간 중 가장 많은 비중은 일이라고 합니다. 자신은 한국에 여행을 목적으로 온 것이 아니며 그저 다른 장소에서 다른 문화권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어서 왔다고 이야기합니다. 머무는 기간 동안 만나고 싶은 사람들은 불특정 다수 아무나가 아닙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특히 한국에 있으니 한국인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라면 더 좋다고 이야기합니다.

더불어 제가 한국에 방문 예정인 친구들을 대상으로 약간의 문답형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질문의 내용을 이렇습니다. “한국, 서울에 방문했을 때 어떤 정보가 있으면 당신에게 도움이 될까요?”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이왕이면 영어로 진행되는 테크 관련 이벤트들에 대한 정보, 한국인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만나고 지역의 음식점에 가보고 싶다고 합니다. 단, 자신들을 관광객으로 여기지 말라는 표현과 함께.^^ 관광이 주목적이 아닌 일을 하러 오는 것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가는 명소나 맛집은 필요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그저 일을 하는 과정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고 더 나아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친구를 사귀고 싶다는 게 공통된 의견입니다.

직업은?

저희 공간에서 만난 친구들은 다수가 테크 분야 종사자였습니다. 심지어 개발자이면서 디자인을 공부하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이것도 아니면 자신의 스타트업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꾸준히 안정적으로 수입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지, 공간의 제약에서 남들보다 자유로운 리모트 워커 혹은 프리랜서일 뿐입니다. 프리랜서 친구들의 실력도 상당합니다. 주로 자신의 모국에 있는 회사들과 계약하여 리모트 형태로 일을 합니다. 실력이 없으면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갈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리모트 워커로 일하는 친구들의 경우 실제 자신이 현재 일하는 회사를 방문해서 계약을 한 경우가 드뭅니다. 오로지 실력을 바탕으로 행아웃 등을 통한 미팅, 그리고 문서로 계약하여 일을 한다고 합니다. Github, Product Hunt와 같은 곳에서 열심히 활동하면 같이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들에게서 연락이 온다고 하네요. 물론 어느 정도 실력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입니다.

막연하게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습니다. 프리랜서 친구들의 경우에는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이 어디에 있든 일을 만들어서 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한국에 옵니다. 말도 안 통하는 한국에서 프리랜서의 삶을 시작하면서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 것은 애초에 말이 안 되는 것이지요. 이것은 반대로 적용해보면 말도 안 통하는 외국에서 자신의 네트워크 없이 한국인이 프리랜서이자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간다는 것은 그저 환상이 아닐까요? 자신의 네트워크와 실력이 갖춰진 다음에야 외국에서 자유로운 삶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본 디지털 노마드들은 확실히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완벽을 추구하는 프로들이었습니다. 여기에 나이는 중요치 않습니다. 제가 본 외국인 친구 중에서는 20대 초반 친구들도 있었는데 실력이 정말 뛰어났습니다.

구체적으로 직업을 이야기하자면 개발자가 많았습니다. 랩탑만 있으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다른 직업보다 가지고 다닐 짐이 적고 리모트 워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합니다. 다른 직업군들에 비해서 말이죠. 아직까지 작가라는 직업의 친구들을 만나 본 적은 없습니다. 방문했던 친구들을 이야기에 따르면 실제 흔히 저희가 들어봤을 만한 유명한 테크 미디어에 소속되어 글을 쓰는 친구들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SEO 관련한 마케팅 영역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있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검색엔진 최적화(Search Engine Optomization)에 관심이 큽니다만 실제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에게는 많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유는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개인의 브랜드를 잘 쌓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작가를 직업으로 사는 친구들은 SEO와 컨텐츠의 질이 정말 중요하다고 하네요. 실력 없이 마케팅을 한다는 친구들도 많다고 합니다. 혹여 같이 일하고자 한다면 정말 신중하게 체크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외국인이니까 영어를 잘 하니까 구글의 SEO에 대해서 우리보다 잘 알 꺼야 이렇게 판단하면 이상한 애들한테 속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네트워크는?

새로운 도시/나라를 갈 때마다 코워킹 스페이스를 방문하여 자신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든다고 합니다. 저희 공간에 온 친구들도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코워킹 스페이스들을 하루 동안 둘러봤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저희 공간을 선택했다고 합니다.(다음번 서울 방문에는 무조건 저희 공간에 온다고 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이들이 코워킹 스페이스를 찾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서울을 모르기 때문에 자신들과 비슷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어 합니다. 저희 같은 커뮤니티 매니저들과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합니다.

네트워크에 대해서 뼈 있는 조언을 한 친구의 이야기를 공유하자면 이렇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를 동경하는 한국 사람들이 동남아시아 코워킹 스페이스들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데 시설적인 측면에서 보면 한국보다 떨어진다. 에어컨도 없는 곳들도 많고 생활적인 측면에서 보면 불편함이 많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물가가 한국에 비해 싸다는 것과 자연환경이 다르다는 것인데 그것은 그 현지의 특징이다. 하나의 장점일 수는 있지만.. 중요한 것은 좋은 사람을 만나 친구를 사귀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코워킹 스페이스를 이용해 본 적이 없는데 외국 코워킹 스페이스를 방문하면 좋은 친구가 자연스럽게 생길까? 그건 그냥 당신의 생각이고, 특별한 거 없다. 외국 코워킹 스페이스를 갔을 때 현지에 있는 사람들이 말을 걸어줘서 좋은 경험이라고… 나도 그렇다. 어느 도시의 코워킹 스페이스를 가든 나에게 말을 걸어준다. 친구를 사귀는 것은 내가 얼마나 노력하기에 달렸다.

코워킹 스페이스의 경험을 하고 싶다면 당신이 있는 도시에서 먼저 해보길 추천한다. 같은 언어를 쓰고 있지 않나? 코워킹 스페이스를 이용하는 것은 네트워크를 만들기 위함이다. 어떤 도시의 코워킹 스페이스를 알고 있으면 다른 도시의 코워킹 스페이스들도 알기 쉽다. 정말 좋은 코워킹 스페이스라면 코워킹 스페이스 파운더들끼리 연결되어 있다. 그런 점을 이용해서 조금씩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준비해라. 자신의 실력은 기본이고 네트워크도 필수다. 커뮤니티 빌더들을 만나보고 코워킹 스페이스를 선택해라. 인테리어나 시설, 가격은 부차적인 문제다. 커뮤니티 빌더들이 코워킹 스페이스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를 눈여겨봐라. 커뮤니티 빌더가 단순히 업무로서 일을 하고 있다면 해당 코워킹 스페이스는 가지 마라.

디지털 노마드란?


디지털 노마드에 대해서 제 생각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로서의 삶은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입니다. 개인의 노력에 의해 많이 좌우되고 개선할 수 있습니다. 위의 사진처럼 해변에서 노트북을 가지고 일하는 게 아닙니다. 제가 만나 본 친구들은 정말 프로페셔널했습니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 그리고 자신의 꿈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리모트 워킹 형태로 일하는 친구들은 자기관리가 아주 철저합니다.

막연하게 디지털 노마드라면 여유 있는 삶이 가능할 거야라는 생각은 안 하시는 게 좋습니다. 일하는 장소가 다를 뿐 자신의 삶을 적극적으로 만들어가는 이들이기에 누구보다도 치열합니다. 많은 노력은 필수입니다. 치열함 속에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여유로운 삶을 만들거나 찾습니다. 휴양지에서 그려지는 디지털 노마드의 모습은 그저 수많은 모습들 중 하나의 이미지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디지털 노마들의 삶을 시작하는 순간 전 세계의 모든 이들이 경쟁자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제가 만나 본 친구들은 서로를 협력자라고 생각하고 네트워크를 만들며 열심히 사는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꿈에 다가가는 과정에서 남들과 조금은 다른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저도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아주 천천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꾸준한 수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더불어 전 세계에 걸쳐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작년에 저희 공간에 방문한 친구들로 인해 조금씩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저도 제 꿈을 조금씩 준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고 계시다면 천천히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수많은 방법 중의 하나로 저희와 같은 코워킹 스페이스를 이용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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